그래서 교실에 있는 매점 자판기는 발명되지 않았어야 하는 것이다. 가뜩이나 비만이 문제가 되어가는 세상에 비만을 조장하는 그런 나쁜 기계는 당연히 발명되지 않아야 했다. 굳이 설치가 필요하다면, 몸이 불편하여 멀리 다니지는 못하지만 먹는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는 사람들에게 쉽고 편하게 간식거리를 제공할 수 있는 곳에 설치가 되는게 올바를 것 같다.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는 엄마가 한 솥 가득 끓여 놓은 배추국이 있었다. 굳이 설명하자면, 소고기를 넣고 끓인 미역국과 비슷한 것인데, 미역 대신에 배추가 한 가득 들어가 있는 국이다. 너무 많이 끓여서 대체 몇 끼니를 이 국으로 먹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맛이 있으니까 참고 먹을만하다.
우리 집에는 굉장히 신기한 기계가 있다. 이 기계는 발명되었어야 하는 기계라 생각한다. 그것은 바로 꿈을 찍는 사진기이다. 자면서 꾸는 꿈의 가장 행복한 순간을 찍어주는 사진기다. 때로는 슬프거나 무서운 사진을 찍어 주기도 한다지만, 대체적으로 행복한 순간을 찍어주는 사진기다. 그래서 매일 자고 일어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사진기에 어떤 사진이 찍혔는지 보는 일이다. 나는 꿈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그래서 그 사진기가 있지 않았다면 어떤 꿈을 꾸고 자는지도 모르고 지냈을 것이다. 하지만, 난 매일 아침 내 꿈의 가장 행복한 순간을 보고 있다.
상쾌한 아침 햇살이 창 안으로 강하게 비쳐 들어오는 바람에 눈이 떠졌다. 개운하게 잘 자고 일어났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사진기로 달려갔다. 아침부터 몸이 가벼운 느낌이 드는 것을 보니 분명 좋은 꿈을 꾼 것이 틀림 없다.
사진 속에는 우리 가족이 어딘가 놀러간 모습이 찍혀 있었다. 베란다쪽 창문만 열면 넓게 펼쳐진 잔디 밭이 바로 앞에 있었고, 그 끝으로 눈길을 옮기면 분위기 좋게 생긴 레스토랑이 있다. 레스토랑 천장에 걸린 하얀 천이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고 그 아래에는 일찍 일어나 조식을 즐기고 있는 휴양객들이 보이는 그런 사진이다. 어딘가 비슷한 경험을 했던 것 같은데 조금 더 새 건물 같은 느낌이다. 그렇다. 이 곳은 코타키나발루 샹그릴라 라사리아 리조트임이 틀림 없다. 즐거운 기억이 가득했던 코타키나발루 여행. 그 기억이 아직도 기분 좋게 내 꿈 속을 차지하고 있던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그것은 바로 사진 속에 어떤 사람도 마스크를 끼고 있지 않았다. 코로나도 없던 예전과 같은 모습이다. 자연스럽게 대화하며 식사를 하고 차도 마시는 그런 모습. 이것이 꿈 속 모습이 아닌 진짜 모습이 되기를 바라게 된다. 곧 오겠지. 그런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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