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 매점이 있다면

제목: 교실에 매점이 있다면

"딩동댕동"

쉬는 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린다. 다른 학교 같으면 많은 학생들이 매점으로 앞다투어 복도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며 가는 모습이 일상적일텐데, 내가 다니는 학교는 그러지 않다. 우리 학교는 교실에 매점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교실에 매점이 있다는 사실에 많이 놀라고, 일부는 또 부러워하기도 한다. 매점이 있기는 하지만, 일반 학교에 있는 매점처럼 많은 것들을 파는 것은 아니다. 교실에 설치된 매점은 4차 산업 혁명 시대를 맞이하여 빅데이터 분석을 전문적으로 하신 교장 선생님이 특별히 만들어 설치한 일종의 자동 판매기 같은 것이다. 학생들이 짧은 쉬는 시간에 먹을 수 있는 것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굳이 멀리 매점까지 가지 않아도 쉬는 시간에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간식을 파는 매점 로봇이 우리 교실에 설치되어 있다.

교장 선생님은 4차 산업 혁명 시대가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시대에 대학을 다니셨다. 특별히 데이터 분석에 큰 관심이 있었다고 하신다. 그래서 학창시절 공부도 열심히 했지만, 데이터 분석에 대해서도 끊임 없는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하셨고, 이를 위해 관련 동아리 활동도 열심히 하셨다고 한다. 졸업 후 선생님이 되어서는 아이들을 가르치느라 젊은 시절 열정을 품었던 것을 잠시 등한시 할 수 밖에 없었지만, 빠르게 승진 점수를 모아서 가장 이른 나이에 교감이 되면서부터 학생들의 복지를 위해 다시 관심과 열정을 가지고 데이터 분석을 하셨다고 한다. 그 분석은 매 쉬는 시간마다 매점 앞에서 학생들이 달려오는 모습과 사가는 제품, 먹는 시간, 쓰레기 처리하는 것 등을 포함한다. 그 과정을 거쳐, 가장 대표적으로 찾는 것들을 선별하여 모든 교실에 자동 판매 매점을 설치하는 특단의 결정을 했다고 한다.

매점으로 가는데 걸리는 시간 2분, 먹는데 5분, 그리고 다시 돌아오는데 2분. 그리하면 다음 수업 시작 전 딱 1분이 남는 시간. 보통 학교의 학생들에게는 너무 빠듯한 쉬는 시간이다. 하지만, 우리 학교에서는 느긋하게 5분 먹고, 5분을 쉴 수 있다. 그래서 근처의 다른 학교보다 학생들의 성적이 우수할 것 같지? 아니다, 그래서 우리 학교는 근처의 다른 학교의 학생들보다 몸무게가 5-10% 정도 더 나간다. 가는데 2분, 오는데 2분 이렇게 더 움직여서 몸의 칼로리를 소비할 움직임이 필요한데, 그걸 없애 버리니 나를 비롯해 내 친구들은 죄다 통통하다. 아니, 우리 교장 선생님은 왜 이런 쓸데 없는 것을 개발해서 우리를 이렇게 괴롭게 만들었을까? 오늘 따라 더 원망스럽다.